우주

블랙홀의 작용권

꽃보다그림 2021. 11. 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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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작용권

작용권(Ergosphere)

블랙홀은 매우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의 천체들을 끌어당깁니다. 그 힘은 우주적 스케일로 강력해서 인간의 힘으로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블랙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블랙홀에서 가까운 주변에서는 끌어당기는 힘이 아주 강하게 작용합니다. 얼마나 강하냐면 물질은 물론이고 빛까지 탈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을 경계로, 내부는 물질이나 빛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없는 구간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이란, 당겨지는 속도가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블랙홀 주변의 임계값입니다.

 

무엇인가가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실제로는 강력한 압력과 주변 물체 등 여러 가지 위험한 변수가 있지만, 모든 것을 다 피하고 블랙홀에 가까워집니다. 만약 이 물체가 블랙홀의 중력을 탈출하려면 이동하는 속력보다 빠른 속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속력은 블랙홀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더 빨라집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무척 거대해서 빛보다 빠른 속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것은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이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블랙홀에서 조금은 먼 거리에서는 어떨까요? 사건 지평선 내부는 블랙홀이 모든 것을 무섭게 끌어당기지만, 지평선 바깥으로 조금 나와 보면 블랙홀의 힘이 약해지면서 물질의 에너지와 질량을 지킬 수 있는 영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블랙홀이 끌어당기는 중력의 강도는 블랙홀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까울수록 잡아당김이 더 강력해지고, 멀수록 힘이 약해집니다.

 

미국에 물리학자 존 휠러는 이러한 영역을 '작용권(Ergosphere)'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블랙홀과 웜홀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그는, 회전하는 블랙홀의 주변 영역까지 정의한 것이죠.

 

작용권은 회전하는 타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블랙홀의 회전 방향과 같이 시공이 당겨집니다. 사건의 지평선에서는 빛이 탈출할 수 없었던 것에 반해, 작용권에 들어온 빛은 블랙홀의 회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반드시 회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음의 에너지를 가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덕분에, 블랙홀으로 끌어당겨지는 물체가 탈출할 수도 있는 아주 흥미로운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용권 바깥쪽의 경계는 정지 한계(Stationary limit)라고 불립니다. 바깥에서 정지 한계를 관찰하면 공간이 광속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경계의 외부도 블랙홀을 향해 끌려가지만, 광속보다는 느리게 끌려갑니다.

 

작용권 안쪽의 경계는 사건 지평선입니다. 작용권이 사건 지평선보다 밖에 있을 경우, 블랙홀의 중력에서 물체가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체는 블랙홀의 회전에 끌려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블랙홀으로부터 추출하여 벗어나는 것입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과정은 수학자 로저 펜로즈의 이름을 따서 펜로즈 과정(Penrose process)이라고 부릅니다. 이론적으로 회전하는 블랙홀에서 꺼낼 수 있는 에너지는 블랙홀이 가진 에너지의 29%입니다. 여기에 상당하는 에너지를 추출했을 때, 블랙홀의 회전은 정지하고 작용권은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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