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별의 거리를 재는 방법
세페이드 변광성
별을 관측하다보면 별이 지구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더 나아가,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지곤 한다. 한 별이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구에서 별들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재는 것일까? 인류가 밤하늘을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전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본적인 과제가 되었다.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별들의 거리를 재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 결과 현재 우리는 지구와 태양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우리은하의 크기가 얼마만한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물론 우주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들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별의 거리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별의 밝기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개념은 바로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인간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까닭은 눈에 빛이 도달하기 때문이다. 밤하늘에서 천체를 보는 것도 별에서 나오는 빛이 우리 눈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지구로부터 별까지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애초에 우리가 존재하는 곳이 지구이므로, 우리와 별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이다. 그렇다면 별에서 나오는 빛만 가지고 어떻게 그 거리를 알 수 있을까? 같은 밝기일 때 가까이 있는 불빛이 멀리 있는 불빛보다 더 밝게 보인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가로등 불빛도 가까이 있는 것보다 멀리 있는 것이 더 어두워 보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거리에서 같은 밝기인 2개의 불빛 중 하나를 다른 하나보다 2배 먼 거리에 놓아두면 밝기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 4분의 1로 어두워진다. 여기서 원래 밝기를 '절대 밝기'라고 하고, 우리 눈에 들어오는 밝기를 '겉보기 밝기'라고 한다. 그런데 거리를 가늠하기 힘든 희미한 불빛을 보았다고 치자. 우리는 그 불빛이 원래는 아주 밝지만 멀리 있기 때문에 희미한 것인지, 아니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원래 불빛이 어두워서 희미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겉보기 밝기는 절대 밝기와 관측자와 광원 사이 거리의 영향을 모두 받기 때문에 겉보기 밝기가 밝은지 어두운지만으로는 그 빛까지의 거리를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별빛의 절대 밝기를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절대 밝기와 겉보기 밝기를 비교해서 별의 거리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겉보기 밝기가 절대 밝기보다 9배 정도 어둡다면 그 별이 절대 밝기의 기준 거리보다 3배 멀리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거리를 몰라도 절대밝기를 알 수 있는 천체에만 해당된다. 그래서 변광성이라는 천체를 이용한다. 변광성은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이다. 어떤 별들의 근처 대기는 주기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데, 그러면서 별의 표면의 온도가 변하고 전체적인 밝기도 맥박이 뛰는 것처럼 변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별을 맥동변광성이라 한다. 그리고 맥동변광성은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길수록 밝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주기-광도관계라고 한다. 이 관계는 미국의 천문학자 리비트가 1912년 작은 마젤란 은하 속의 수백 개의 세페우스 변광성을 조사하여 발견했다. 지구에서 본 마젤란 성운 속의 별은 근사적으로 모두 동일한 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절대광도와 주기의 관계가 된다. 맥동변광성 중 팽창과 수축의 주기가 수일에서 100일 이내인 것을 세페이드 변광성이라 한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상대적으로 매우 밝아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주기-광도관계에 따르면 맥동주기가 긴 세페이드 변광성일수록 평균 광도가 더 밝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의 변광 주기를 관측하여 절대 밝기를 알아내고, 관측으로부터 얻은 겉보기 밝기를 이용하면 그 변광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세페이드변광성은 크게 종족I 세페이드와 종족II 세페이드로 구분된다. 질량, 나이, 진화 단계 등이 기준이 된다. 종족I 세페이드는 정통적인 세페이드로도 불린다. 태양보다 4배부터 20배 정도의 질량을 갖는 무거운 거성 및 초거성으로서 나이가 매우 젊으며 우리은하의 원반에서 많이 관측된다. 맥동 주기는 약 1~50일이다. 종족II 세페이드는 처녀자리 W형 변광성으로도 불린다. 태양의 약 절반 정도의 질량을 가지며, 100억년 이상으로 나이가 많은 별이다. 따라서, 이들 별들은 우리은하의 중심부와 헤일로 및 구상성단에서 많이 관측된다. 맥동 주기는 약 2일에서 45일이다. 종족II 세페이드는 주기에 따라 몇 개의 서로 다른 부류로 나뉘는데, 주기범위가 1~4일인 부류를 허큘레스 BL형, 주기범위가 10~20일 이상인 부류를 처녀자리 W(W Virginis)형, 그리고 주기범위가 20일 이상인 부류를 황소자리 RV(RV Tauri)형로 구분한다. 세페이드 변광성의 또다른 별명은 우주의 등대다. 우리 은하내의 성단, 성운과 비교적 가까이 있는 외부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데 이용되기 때문이다.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서 지구에서부터의 거리를 알아낸 대표적인 천체는 안드로메다 은하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역사가 있는데, 때는 1920년대 초로 돌아간다. 당시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들은 성운의 존재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성운은 말 그대로 별들의 구름이다. 섀플리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관측한 성운들이 우리 은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티스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성운이 우리 은하 바깥에 멀리 떨어져 있는 외계의 새로운 은하라고 생각했다. 안드로메다 성운 역시 우리 은하의 일부인가, 아니면 새로운 은하인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이 논란을 끝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성운까지의 거리를 재는 것이었다. 성운까지의 거리가 당시에 알려진 우리 은하의 크기보다 작다면 성운은 우리 은하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성운까지의 거리가 우리은하의 크기보다 크다면 그 성운은 우리 은하 밖의 새로운 은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논쟁은 1923년 허블이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하며 끝났다. 허블은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세페이드 변광성을 통해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 간의 거리가 90만 광년임을 밝혀냈다. 이는 우리은하의 크기 10만 광년보다 훨씬 큰 수치다. 따라서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의 한참 바깥에 있는 천체임이 밝혀졌고, 이후로 안드로메다 성운은 더 이상 '성운'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은하(galaxy)'로 불리게 되었다. 이것은 중대한 발견이었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주의 규모를 극적으로 확장시켰다. 허블은 나중에 은하의 적색 이동을 관찰했고, 주변 은하의 속도보다 더 먼 은하들이 더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는 현재 허블의 법칙이라고 불리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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