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

꽃보다그림 2021. 12. 30.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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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

책 '코스모스' 저자로 잘 알려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남긴 말입니다. 사람이 별들로 이루어져 있다니, 다소 낭만적인 은유입니다. 그의 말은 널리 알려져 문학적 영감을 일으키기도 하고, 생명을 바라보는 철학적인 시야를 키워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학자였던 칼 세이건이 이렇게 '문과적'인 말을 남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별들로 이루어졌다

 

결론적으로 칼 세이건의 말은 과학적으로 사실입니다. 그가 어떠한 낭만적인 메시지를 넣으려던 의도가 있었든지 간에, 우리가 별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참'이라는 말입니다. 그의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별, 항성

먼저 별에 대한 의미를 분명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별이란 '빛나는 천체'를 뭉뚱그려 일컫습니다. 하지만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천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면서 다른 빛을 반사하는 천체입니다. 태양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하여 빛이 나는 천체가 있는 반면, 달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빛을 반사하여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천체가 있습니다. 칼 세이건이 말한 별은 항성입니다.

 

항성은 붙박이별이라고도 합니다. 많은 양의 플라스마가 중력으로 뭉쳐져 있는 둥근 천체입니다. 플라스마란 이온화된 기체 상태의 물질을 말합니다. 지구에서 대부분의 물질은 전하를 띤 입자들이 전기적으로 중성이 된 상태로 존재하지만, 우주처럼 특수한 환경에서는 전자나 양성자와 같은 입자들이 따로따로 떨어져 기체처럼 섞여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이 상태의 물질을 플라스마라고 합니다.

 

항성의 중심부에는 수소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며 감마선 형태의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이때 만들어진 광자들은 주변에 있는 플라스마와 반응해서 별의 중심에 열에너지를 공급합니다. 따라서 별의 온도는 중심부로 갈수록 높고 외부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열은 뜨거운 곳에서 상대적으로 찬 곳으로 이동하므로, 별에서 열의 흐름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합니다. 별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내부압력의 힘이 중력과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별 내부 핵융합도 변하게 됩니다. 별들은 초기질량에 따라 다른 운명을 맞습니다. 질량이 큰 별이라면 마지막 단계의 핵융합으로 철을 생산하는 규소 연소 과정까지 도달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별은 중력 수축으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중력 수축이 일어나면 별이 중력에 의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만약 별이 태양의 10배 정도 되는 매우 큰 초기질량을 가졌었다면 초신성이라는 별로 진화합니다.

 

별, 인간

초신성은 인간과 별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습니다. 생명체를 이루는 필수 원소를 만들어낸 것이 초신성이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필수적인 원소와 유기물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30억 년 전에 우주가 빅뱅으로 시작했을 때 만들어진 원소들은 수소, 헬륨, 리튬 같은 가벼운 원소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하나 둘 뭉치면서 초기의 별이 탄생했고, 핵융합반응으로 보다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초신성에서 일어난 핵융합반응은 원자번호 56번 철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수명이 다한 초신성은 폭발하면서 철보다 무거운 물질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생명체의 DNA를 이루는 필수적인 원소 인(P)도 거대한 별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겨났고, 별이 폭발하면서 우주에 뿌려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우주에 뿌려진 다양한 원소들이 우연히 조합되어서 생명체가 탄생했습니다. 별이 없었다면 생명체를 이루는 필수 원소들이 생성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생명체가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별이 만들어낸 원소들이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생명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무한에 가까운 넓은 우주에 수많은 원소들이 존재한 가운데, 우연히 생물이 탄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분명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닙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적생명체의 탄생은 더더욱 드문 사건이며 생명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물 뿐만 아니라 무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별과 우주가 만들어낸 신비한 구성원이죠.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오하고 경이로울지도 모릅니다. 아마 인류가 본능적으로 우주를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까닭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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